스테이크 대신 삼겹살을 카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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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대신 삼겹살을 카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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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앞두고 고삐 풀린 가격표

소비자 물가 지수 31년만에 최고치

바이든 지지율 급감, 정치적 위기로

‘정부 지원금 더 풀어라’ 청원 빗발쳐

공짜 지원금의 단맛이 독으로 돌아와

 


LA 근교에 사는 주부 박 모씨는 지난 주말 코스트코를 찾았다. 일주일 동안 가족들 먹거리를 장만하기 위해서다. 가장 즐기는 쇠고기 코너를 찾았다. 갈빗살 부위 스테이크 거리 한 팩에 50~60달러는 기본이다. 1파운드당 9~10달러 정도 하던 게, 이제는 15달러가 훌쩍 넘는다. 망설이다가 결국 돼지고기 칸으로 가야했다. 그나마 부담이 적은 삼겹살을 카트에 담았다. 고기값 뿐만이 아니다. 식료품 전체가 마찬가지다. 흔하던 세일 품목 찾기도 어렵다. 빠듯한 살림에 장 보는 횟수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 중이다.


개스값도 무섭게 치솟는다. 주유소 가격표에 앞 자리 숫자 바뀐 곳도 제법 많다. 이젠 갤런당 5달러도 낯설 지 않다. 겨울이면 떨어져야 하는데, 그럴 기미조차 전혀 없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상무부가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2% 올라 31년 만의 최고치”라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그 이상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과 연료비 등이 자고 일어나면 폭등하고 있다.


10일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육류 구입에 1년 전보다 14.5%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스테이크는 25%, 계란은 11.6%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미국에서 2015~2019년 식료품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팬데믹 동안에도 상승률이 3%대에 머물렀기 때문에 현재의 물가 인상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추수감사절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가는 더 고삐가 풀렸다. CNN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향후 며칠 새 물가가 또 오를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추수감사절 파티용 애플파이를 미리 사서 냉동하고 있다.


립아이 스테이크 등 고가 식재료 판매량은 급감하고, 간 고기와 소시지, 냉동 육류 가공품 등 저렴한 대체재로 갈아타고 있다. 손질된 식재료를 사 요리 시간을 단축하는 데 익숙한 미국인들이 이제 유튜브에서 ‘부리또에 넣는 콩 삶기’ 등 최대한 원료부터 손질하는 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방 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거나 원유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오른 인건비 탓에 사람 손을 거친 서비스와 재화는 더 비싸졌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도 외식이나 음식 테이크아웃은 줄고, 대형 내구재 구입도 미루고 있다. 근로자 임금 인상 효과를 인플레가 잠식하면서 가계에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와 악화하는 민심은 바이든 정권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바이든의 경제 어젠다는 인플레와 공급난을 염두에 두지 않고 경기 부양에만 집중됐다”며 전면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바이든 정부의 첫 경제 정책 기조인 ‘코로나 불황 극복’이 ‘인플레와의 싸움’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며 “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내년 중간선거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중도파 사이에서도 “최근 통과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이나 정부가 추진 중인 2조달러 규모 복지·환경 투자안이 인플레를 심화할 수 있다”며 재정 확장책을 수정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지급한 1~3차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특별 실업수당에 길든 일부 계층은 “물가가 올라 살기 힘드니 다시 돈을 나눠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최근 청원 사이트(change.org)엔 “노인·어린이 등을 부양하거나 소득이 낮은 경우 매달 1000~2000달러의 4차 지원금을 달라”는 내용의 청원 10여 개가 올라와 50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돈이 풀리면 인플레 고통이 더 커짐에도 불구, 공짜 현금 복지의 ‘단맛’을 끊기가 어렵다는 것을 앞장서서 보여주는 것 같다.


백종인·정시행 기자 <기사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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